08-26 역모기지론'천덕꾸러기'로
은행권과 보험권에서 출시되고 있는 '역모기지론'에 대한 고객들의 이용 실적이 여전히 낮아 '천덕꾸러기'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모기지론에 대한 법적 정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인식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맴돌고 있다는 점이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용실적 부진 지속= 현재 금융권에서 역모기지론을 출시한 곳은 신한, 조흥은행, 흥국생명, 농협 등이다. 그러나 이들 금융기관이 역모기론 상품을 내놓은 지 서너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이용실적은 50-60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역모기론이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주택)을 담보로 대출금을 약정금액에 도달할 때까지 일정 주기로 연금식으로 받는 상품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노령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국내 현실에서 노년층의 안정적인 생계비 유지 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선 부동산에 대한 자산가치를 매우 높게 고려하는 국내 현실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부정적 사회 인식이 역모기론 상품의 이용실적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모 은행 관계자는 ''실제로 창구에서 노년층들이 역모기론을 문의하거나 실제 계약으로 연결하더라도 자녀들이 반대해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현재와 같은 국민적 정서에서 역모기론 상품이 좋은 판매 실적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고 있으며 법적.제도적 정비와 더불어 국민적 인식 제고로 역모기지론이 활성화되는 시점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법적 정비 시급= 국내 금융권에서 출시되고 있는 역모기론은 사실상 주택담보 대출의 변형적 형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높다.
국내에서 출시되고 있는 역모기지론은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기간이 5년을 넘을 수 없는데다 대출기간이 10년 이상으로 확대되는 경우에는 담보인정비율(LTV)가 60%를 넘을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아울러 금리에 대한 메리트도 그다지 크지 않다. 고정금리의 경우 7-8% 정도 수준이고 변동금리를 택하는 경우도 일반 주택담보 대출보다 금리 수준이 높다. 이러한 상품 자체의 내용 또한 이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이유중 하나가 되고 있다.
한편 법적·제도적 정비의 미비도 이용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일단 보증문제와 소득공제 혜택 등의 다양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금융권의 경우 역모기론 상품 출시로 부동산가격, 금리, 이용자의 장수 여부 등에 관한 리스크에 직면하게 되지만 이를 적절히 보증할 만한 기구가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정부기관인 연방주택국이 공적 보증을 통해 금융기관들의 리스크 부담을 완화시켜 주고 있어 역모기지론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울러 소득공제혜택 등의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도 역모기지론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역모기지론을 계약한 이용자가 만기상환으로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양도차익에서 계약기간내 수령한 연금대출 총액과 그 이자 상당액의 합계액을 공제해 주는 세제지원 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약기간을 늘리고 LTV도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당장 시행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 역모기론 활성화가 급격히 이뤄지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역모기지론 활성화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의 노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의 가구실태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구의 연간소득은 30.40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5% 수준에 도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60세 이상의 가구의 주택소유비율은 80% 수준에 달한다.
따라서 노동을 통한 임금 획득이 사실상 막막해 생계유지를 장담할 수 없는 노령층에게 주택을 담보로 하는 역모기론은 노후생활의 안정적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선임연구원은 ''역모기지 제도가 활성화돼 정착될 경우 대규모 재정 지출 없이도 노인들의 생활보장과 주거안정을 달성하는 복지정책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도 ''가계의 자산이 주택위주로 구성됨에 따라 고령화사회에서 소득원이 없는 가계의 안정적 노후생활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역모기지론의 확충을 통한 주택자산의 유동화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은 역모기지론으로 유동성이 증대돼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출상황 시점에 담보대상 주택이 시장에 매각되기 때문에 시장의 거래량이 늘고 부동산시장의 정보 효율성을 제고하는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pisces738@yna.co.kr)
2004-08-30 11:55:44

